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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기억상실증을 비틀다.

by 프리시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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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일> 포스터

영화 <30일>의 줄거리

나라와 정열의 로맨스는 말 그대로 영화 같았습니다. 나라는 결혼식 날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결혼을 째고, 사랑하는 남자 정열의 품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정열은 눈물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고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하지만 연애는 연애이고, 결혼은 결혼이라는 걸 두 사람은 결혼생활을 통해 매일매일 깨닫고 있었습니다.

싫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비난하고 증오하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습니다. 이 부부는 더 이상 함께 살아갈 이유가 단 하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들에게 이혼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이혼 신청을 하고, 30일의 조정기한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딱 한 군데만 다쳤습니다. 바로 머리였습니다.

동시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나라는 정열을 잊었고, 정열은 나라를 잊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사실 아주 오래전에 불타는 사랑을 했던 당사자였고, 그 모든 것을 잊은 두 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열의 기억이 먼저 돌아오면서 두 사람은 이별을 맞이합니다. 물론, 그 불씨를 댕긴 건 나라의 엄마였지만 말입니다. 두 사람은 결국 이혼하게 될지, 끝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왜 들리는 건 호평이고, 누적 관람객의 증가였는지

사실 예전과 달리, 로맨틱 코미디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든 것이 사실입니다. 뻔한 공식 같은 것이 있어서, 유치하게 느껴지기 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이 영화에 대한 평가들은 하나같이 재밌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찐 입소문으로 인해 날로 관객 수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만큼 기대감을 키웠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였는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상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둬들이게 됐습니다. 특히 두 주인공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겠다고 큼지막한 현수막을 걸어두고 그 앞에 나란히 앉은 정열과 나라의 모습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코미디는 그래야 하는 건지, 장르적 특성 때문이지 잠시 갈등을 겪었던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초반부터 정열과 나라, 두 사람의 친구들로 등장하는 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며 매 상황에 함께 하는 것은 오랜 클리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주인공들의 매력적인 친구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던 영화 <노팅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노팅힐>은 무려 1999년도 영화입니다. 그때의 로맨틱 코미디 콘셉트의 반복이라니, 허허 웃음이 났습니다. 심지어 그리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거나 코미디를 가미해주지 못했다는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딱 하나, 조민수 캐릭터의 사이

그나마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소화해낸 강하늘과 정소민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한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정열과 나라의 캐릭터조차 그리 신선한 느낌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소민의 엄마로 등장한 조민수가 연기한 도보배의 캐릭터는 반짝 빛났습니다. 부잣집 엄마가 백수 남자에게 딸을 시집보내면서, 당연히 반대하는 대신에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입니다. 돈 봉투를 내밀며 이별을 강요하는 대신, 혼수를 살 돈을 건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에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마음을 꺼낼 수 있도록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는 이 또한 조민수 캐릭터였습니다. 답답하거나 꼬인 데 하나 없이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이런 로맨틱 코미디를 다 보고 났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처럼 생각할 테니, 어머니라 부르세요.”

장모인 보배가 사위가 될 정열에게 했던 말입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질리도록 등장한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이 이 영화에서 크게 비틀어집니다. 이제껏 부부가 동시에 기억상실을 한 설정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이 영화에는 곳곳에 클리셰가 있지만, 또 많은 부분에서 클리셰를 깹니다. 그래서 웃음을 터트리는 요소가 많습니다. 재기발랄한 요즘 부부 이야기를 여유 있는 마음으로 보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겁니다. , 너무 큰 기대는 접고 보신다면 더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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