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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오래도록 간직될 깊은 여운

by 프리시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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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포스터

영화 <헤어질 결심>의 줄거리

 

해준과 서래는 살인사건의 형사와 용의자로 처음 만납니다. 산에서 추락사한 남자의 아내인 서래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 출신으로, 우리말에 서툴렀습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를 조사하며 해준은 왠지 모를 끌림을 느낍니다. 유능한 경찰이었던 해준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서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서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던 해준은 서서히 그녀에게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결국 서래가 범인이라는 결론에 이르러야 할 수사 결과는 무혐의로 서래를 풀어주는데 이릅니다. 하지만 해준은 이미 서래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래에게 사랑 고백 대신, 당신 때문에 자신은 붕괴되었다며 유일한 증거물인 핸드폰을 바다에 던지라고 하고 떠납니다.

시간이 흘러 서래는 재혼하여 해준과 재회합니다. 왜 그런 남자와 결혼했냐는 해준의 질문에, 서래는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살해 용의자와 경찰로 대면하게 됩니다. 바로 서래의 재혼한 남편이 살해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진범이 밝혀지면서, 수사는 종결됩니다.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습니다.

해준의 존재를 알게 된 재혼한 남편이 그 건을 빌미로 협박하자, 서래가 남편과 원한 관계에 있던 이를 이용하여 살해하게 했던 겁니다. 그 모든 것이 해준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서래가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 해준 말입니다. 해준이 진실을 알았을 땐 이미 늦습니다. 서래는 해준이 사랑하던 바다에 깊이 잠식당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들이 사랑하는 방법, 헤어질 결심

 

해준에게는 아내가 있습니다. 서래는 의문의 사건으로 살해당한 남편의 미망인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의 미묘한 매력에 이끌려 결국 사랑에 이릅니다. 그들의 사랑은 명백한 불륜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흔한 베드신 하나 없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강력한 이끌림으로 가까워지는지, 관객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고작 핸드크림 하나로 첫 스킨십을 나누는 해준과 서래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설레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 느낌은 세상을 향한 오열처럼 느껴지는 해준의 고백 아닌 고백, “당신 때문에 붕괴되었다는 말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해준은 서래를 사랑하지만 헤어질 결심으로 그녀를 떠나보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는 건 서래가 됩니다. 온전히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 해준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헤어질 결심은 그들이 서로를 사랑했기에, 결국 다다를 수밖에 없었던 결론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남는 강렬한 여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여주인공의 설정이 한국말이 서툰 조선족 여자가 아니었다면, 캐스팅된 배우가 탕웨이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묘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낼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강인한 형사로 꼿꼿하게 살아온 해준이 서래를 만나 허술하고 때로 귀엽기까지 한 모습들이 이들의 사랑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피 칠갑을 한 남편의 시신을 옮기고, 살인 현장까지 닦아내는 서래의 모습은 기괴하면서도 그녀가 얼마나 해준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주고도 남았습니다.

영화의 전개가 해준의 수사에 맞춰 흘러가는 것도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해준의 심리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박찬욱 감독의 인상적인 미장센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장면 하나하나에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다 본 제 머릿속에 가장 크게 남은 건 서래의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상황을 만나면 영화 같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서래의 마지막 선택이야말로 그 결정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어떤 영화보다 마니아들의 사랑을 많이 받기도 했고, N차 관람 열풍을 주도했습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반복해서 시청한 경험이 별로 없는 제가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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