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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여백이 아름다운 영화

by 프리시 2024.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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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줄거리

 

12살의 나영에게는 친하게 지내는 학교 친구, 해성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1, 2등을 다투는 라이벌이자 늘 곁에 있어 주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영은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친한 친구였던 해성이지만 그에게는 나영이 별다른 언질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어린 해성이는 마음이 상했지만, “! 잘 가.”라는 말을 건네는 것으로 이별의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렇게 전혀 다른 인생길로 걸어갑니다.

나영은 미국에서, 해성은 한국에서 자기 인생을 살아가던 두 사람은 그로부터 12년 후, 연락이 닿게 됩니다. SNS를 통해 서로를 찾아낸 두 사람은 12년 만에 연락을 이어갑니다. 나영은 해성이 자기를 잊어버린 줄 알았지만, 어린 해성은 첫사랑을 떠나보낸 뒤 아팠고, 12년 후에 그녀를 찾고 있었습니다.

화상통화로 다시 연을 이어 가는 두 사람은 시차를 극복해 가며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나영은 자기 시간 속에서 해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멈추지 않으면, 뉴욕에서 이루고자 했던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닐지 위기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해성에게 연락을 중단하자고 제안합니다.

중단을 얘기하기 전, 나영은 해성에게 질문합니다. 뉴욕으로 오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해성은 뉴욕에 가지 않겠다고 답합니다. 해성은 자기만의 인생 계획이 있었고, 그래서 뉴욕이 아닌 중국으로 갈 거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해성의 선택이었습니다. 재회한 적도 없던 두 사람이지만, 그렇게 둘은 다시 이별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12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여자 친구와 이별한 해성이 뉴욕으로 휴가를 온다고 나영에게 연락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뉴욕에서 드디어 만나게 됩니다. 12살 때 헤어진 이후, 24년 만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영 곁에는 이미 남편이 있었습니다. 남편의 배려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미묘한 감정을 나누며 재회합니다.

해성이 짧은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나영은 해성에게 남편을 소개합니다. 남편과 함께 세 사람은 함께 바에 가서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뒤이어 두 사람은 헤어집니다. 다음 생에 만날 두 사람의 인연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말입니다.

 

인연, 그리고 시간

 

어렸을 때, 주변에 심심찮게 해외로 이민 가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 친구와는 이제 평생토록 못 만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세계 어디든 옆 동네처럼 연락하고 지내는 게 일상이 됐지만, 그 옛날에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나영의 이민으로 헤어진 나영과 해성이 다시 12년 뒤에 인터넷으로 연결이 되어 노트북 화면으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또한 첨단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너무도 자연스러운 재회였던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일이기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낮 밤이 뒤바뀌는 시차에도 해성의 전화를 기다리게 되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내내 행복한 미소가 얼굴에 걸려있게 되면서, 나영이 마음속의 해성을 점점 키우게 되는 과정 또한 충분히 납득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다시 12년이 지난 후에야 얼굴을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인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서로에게 인연이었다는 건, 두 사람도, 관객들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인연을 함께 할 수 없게 한 건 시간이었습니다. 두 사람 간에 놓인 시간의 강을 그 누구도 선뜻 넘지 않았고, 시간의 강은 쉼 없이 흘렀습니다.

 

선택으로 이루어진 인생

 

2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마주한 두 사람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쳐 갔습니다. 24년이라는 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 같지만, 사실 살아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데도 그 시간은 각자의 침범할 수 없는 세계를 만들었고, 그 곁에 사람들을 두게 했습니다. 또 다른 인연을 만들며 각자 살아왔단 얘기가 될 겁니다.

24년 전, 12살 꼬마였던 두 아이의 이별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그들은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12년 후, 그들은 서로와의 재회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인연을 끊어지게 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그들의 선택이었습니다.

나영의 결혼도, 그리고 해성이 나영을 만나기 위해 뉴욕을 찾아온 것도 그들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합니다.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이 내 선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그리고 내 인연또한 내 선택으로 달라져 왔다는 걸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인생의 많은 것들을 회상하게 하는, 여백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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