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의 줄거리
무당 화림과 봉길은 의뢰를 받고 조상의 묫자리를 옮기는 일에 착수합니다. 이에, 풍수지리에 맞춰 좋은 땅을 봐주는 지관인 상덕과 장의사 영근을 이 일에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묫자리를 직접 본 상덕이 이장을 거부하면서 이 묫자리가 심상치 않은 곳이라는 스산한 기운을 감지하게 합니다. 그런데도 다시 이 일을 강행하게 한 건 바로 거액의 보상금 때문이었습니다. 무사히 굿을 치르고 마무리하나 싶었던 그날, 예기치 않은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화장을 하루 미루게 됩니다. 그날 밤, 관 뚜껑이 열리고 그 안의 혼령이 밖으로 나오는 일이 벌어집니다. 악령이 자손들을 해치고 아기한테까지 손을 뻗으려는 순간, 네 사람은 관을 불태워 혼령을 사라지게 하는 데 성공합니다. 다 끝난 줄 알았던 그때, 진짜 사건의 서막이 열립니다.
이장하던 인부가 뱀을 죽이게 되고, 그로 인해 동티를 맞게 된 겁니다. 그래서 다시 묫자리를 찾은 상덕은 세로로 세워져 있는 또 다른 관을 발견합니다. 그 관을 빼내 가까운 보국사에 보관한 뒤, 다음날 화장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날 밤, 그 관 안에서 나온 일본 도깨비 오니로 인해 화림은 목숨에 위협을 받게 됩니다. 화림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봉길은 화림 대신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위기에 처합니다. 봉길을 살리고, 일본 도깨비를 물리치기 위해 화림과 상덕, 영근이 힘을 합칩니다. 그리고 한국의 정기를 끊기 위해, 허리 부분인 그곳에 일본 장군의 시체를 쇠말뚝으로 만들어 그곳에 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상덕이 피에 젖은 나무로 쇠말뚝 그 자체인 일본 도깨비를 물리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영화
<파묘>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은 실제 독립운동가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최민식 배우가 연기한 김상덕, 유해진 배우의 고영근, 김고은 배우가 맡은 이화림, 그리고 김도현 배우가 연기한 윤봉길까지 말입니다. 화림의 동료 무당으로 나오는 이들의 이름인 오광심, 박자혜 또한 독립운동가들의 실제 이름이라고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차량 번호에도 감독은 이야기를 심어두었습니다. 상덕의 차량 번호 끝자리는 0815(광복절), 화림의 차량 번호 끝자리는 0301(3.1운동일), 영근이 운전한 운구차 번호의 끝자리는 1945(광복 연도)였습니다. 친일파였던 의뢰인 조상의 묫자리를 봐줬다는 기순애 스님의 이름은 키츠네, 즉 여우를 뜻합니다. 또한 이장하던 인부가 죽였던 뱀은 여자 머리가 달린 뱀으로, 누레온나라고 하는 일본 전통 요괴라고 합니다.
이렇게 영화 곳곳에 숨겨둔 의미와 스토리가 영화를 더 풍성하게 하고, 흥미를 더하는 지점인 듯합니다.
천만 영화가 갖춰야 할 요건, 재미와 몰입감
사실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지 않았다면 저는 굳이 극장에 찾아가서까지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오컬트 영화에는 취미가 없고, 영화 <곡성>도 무섭기만 했을 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화관에 가서 이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였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입소문 때문이었습니다. 천만이라는 관객 수에 이르기 한참 전, 이미 재밌다는 입소문이 무서운 속도로 번져나갔던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영화관에서 내려가기 전, 이 영화를 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말하자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저의 취향은 참 아이러니한 게, 영화나 영상으로 혼령 같은 것들이 나오는 건 무서워서 절대 안 보는데, 귀신 이야기는 또 좋아한다는 겁니다. 이불 속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무서운 얘기를 굳이 들어가며 발발 떠는 심리라고 하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한 오컬트라는 게 귀신영화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전에 저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영화였던 겁니다. 그런 저에게도 이 영화는 보는 내내 강한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해줬습니다. 때론 불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였습니다.
특히 후손들을 해하고 다니던 조상 혼을 잘 물리치고 나서 새로운 국면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보통 그런 하이라이트를 뒤에 준비해두고 있으면, 앞에 이야기가 흥미를 끌기가 쉽지 않은데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내내 지루함 없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이 영화가 왜 천만 영화가 됐는지 바로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와 몰입감,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게 너무도 힘든 일이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