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줄거리
엘리멘탈 시티는 불과 물, 흙과 공기, 이 4가지 원소들이 사는 곳입니다. 여주인공인 불, 엠버의 부모님은 엠버가 태어나기 전, 엘리멘탈 시티로의 이주를 선택합니다. 자연재해로 망가져 가는 고향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엘리멘탈 시티로 맨 마지막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불은 다른 3원소들에게 배척당하게 됩니다. 매사 차별당하는 그들은 엘리멘탈 시티에서도 자기들끼리 모여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불이 아닌 다른 원소들에게는 적개심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특히 불은 물을 만나면 서로에게 위협이 된다고 여기며 가시를 세운 채 으르릉거립니다.
엠버의 아버지 또한 이주 1세대로 물에 대한 경계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는 딸인 엠버가 불의 남자를 만나 순탄하게 결혼하기를, 그리고 자신의 가게인 ‘파이어 플레이스’를 물려받기를 소망합니다.
착한 딸이었던 엠버는 아버지의 꿈을 알고 있었기에, 가게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물의 남자, 웨이드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가게로 새어 들어오는 물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던 둘은 서로에게 빠져듭니다.
불과 물이라는 현실에, 엠버는 웨이드와의 이별을 고려하지만 웨이드의 마음은 굳건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의 사랑을 부모님이 인정해주면서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엘리멘탈> 속 차별과 사랑
불 원소인 엠버와 부모님은 엘리멘탈 시티 어디를 가도 차별받습니다. 다른 3가지 원소들이 그들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곁을 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 원소들의 고립은 그들에게 선택이 아닌 정해진 결말이었던 겁니다.
그러던 엠버가 웨이드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선하기만 한 웨이드의 가족들은 해맑게 묻습니다. “이곳 말을 참 잘하네요?” 그러자, 엠버가 답합니다. “그럼요. 태어났을 때부터 사용한 말인걸요.” 이 대화는 그리 낯설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간혹, 아니 자주 들어본 듯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차별에 관한 꽤 직접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엠버를 향한 웨이드의 사랑은 물과 불이라는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을 용감하게 깨부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유리 공예에 대한 자신의 꿈을 외면한 채 아버지의 뜻을 따라온 엠버가 마지막에 용기를 냅니다. 엠버가 깨달은 자신의 꿈에 대해 아버지에게 털어놓은 것입니다.
“나는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 않아요. 나도 알아요. 그게 아빠의 꿈이라는 걸. 근데 제 꿈은 아니에요. 저는 나쁜 딸이에요.”
그러자 아버지가 대답합니다.
“내 꿈은 가게가 아니라 항상 너였단다.”
아버지는 극의 처음부터 쭉 자신의 가게인 ‘파이어 플레이스’를 지켜내는 게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그려져 왔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엠버가 오해였습니다. 아버지의 목표이자 꿈은 딸인 엠버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맛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실사 영화에서는 구현해낼 수 없는 것들을 스크린에 펼쳐내기 때문일 겁니다. 엘리멘탈 또한 이런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줍니다.
파이어 플레이스에서 숯 콩을 만드는 장면, 엠버가 광물 위를 뛰어다니면서 여러 색깔로 변신하는 모습들, 그리고 웨이드가 호숫가를 질주해 무지개를 만드는 장면이나 엠버가 공기 방울에 들어가 웨이드와 함께 수영하며 환상적인 공간을 부유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꿈속을 여행하는 듯한 환상적인 영상을 완성해냅니다.
특히나 파란 불씨를 지키기 위해 웨이드가 자기 몸을 희생해 증발해버리는 장면과 다시 물방울들이 모여 살아나는 모습은 아름답게 그려지며 행복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영상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땐 <엘리멘탈>은 그리 만족스럽지만은 않았습니다. <인사이드 아웃>과 <코코>를 만든 디즈니 픽사 팀이 만든 작품이기에,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악이나 노래만큼은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라우브가 부른 OST가 왜 특히 사랑받았는지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기대감은 접어두고 즐기신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