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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

by 프리시 2024.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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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포스터

 

영화 <브로커>의 줄거리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과 베이비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동수는 브로커입니다.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이들을 빼돌려, 비밀리에 아이의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어주는 일을 해왔습니다. 비가 쏟아지던 밤, 소영은 자기의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두고 돌아섭니다. 동수와 상현은 여느 때처럼 소영의 아이를 몰래 가로챕니다. 그런데 소영이 다시 아기를 찾으러 돌아오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소영이 알게 되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상현과 동수는 어쩔 수 없이 소영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소영의 아이인 우성이를 잘 키울 사람을 찾아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말입니다.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두 사람의 말을 듣던 소영은 신고 대신 두 사람과 동행하기로 합니다. 자기 아이의 새 부모를 진짜 찾아주는지 직접 지켜보겠다는 얘기입니다.

한편 이들을 쫓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형사인 수진과 이 형사입니다. 이 둘은 브로커인 상현과 동수의 범죄 현장을 덮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그 뒤를 쫓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거래 현장을 덮치는 데 성공합니다.

 

느린 호흡의 영화가 이야기해주는 것

 

영화 <브로커>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배우 송강호의 출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출연만으로도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텐데, 강동원과 아이유, 배두나까지 줄줄이 스타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라니, 영화를 보기도 전에 큰 기대를 갖게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업영화라고 보기에는 그 결이 조금 다릅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잔잔한 스토리와 전개가 상업영화보다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브로커>는 낙태와 입양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낙태를 선택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현실적으로 키울 수 없는 소영과 버려진 아이를 돈 받고 파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입양에 관해, 그리고 무엇이 버려진 아이들의 구원이고 행복한 결말인가 생각해보게 합니다. 극적인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필요에 의한 불편한 동행을 하게 되는 이들을 통해 사람 간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돈 때문에 버려진 아이들을 팔겠다고 나선 이들이 아이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진심이기에, 아이러니한 감정이 내내 따라붙게 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소영 말고는 모두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입니다. 부모에게서, 아니면 함께 했던 가족들에게서 말입니다. 그들이 버림받은 이들이라면, 소영은 버리는 사람입니다. 죄책감에 다시 돌아오기는 했지만, 결국 결과는 같습니다. 이런 소영이기에 호텔 방에서 그녀가 그들에게 건네는 말은 잔잔한 감정의 파동을 일으킵니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소영의 말은, 다시 소영에게로 돌아가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대사는 등장인물을 향한 위로일 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따듯한 위로가 됐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대한 호기심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워낙 유명한 감독의 명성 때문에, 어느 정도 영화의 색깔은 짐작했었습니다. 그의 영화 중 <바닷 마을 다이어리>를 봤기 때문에 그런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예상을 했었고, 그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습니다. <어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그의 전작을 보면, 그가 가족에 대해 오래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만의 색깔이 담긴 가족 영화에 로드트립 형태의 스토리가 잘 버무려졌다는 느낌입니다.

영화 <브로커>는 소영의 대사처럼 위로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자기 아이를 버리려던 여자와 그 아이들 팔려고 나선 두 남자, 이 이상한 동행 속에 이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줍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기인 대체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입니다.

큰 기대를 하고 본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고 밋밋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할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의 다른 영화도 보고 싶어지는 강렬한 호기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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