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한당>의 줄거리
경찰 현수는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언더커버로 교도소에 들어갑니다. 그곳에는 유명 조직의 2인자인 재호가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범죄자로 꾸미고 교도소로 들어간 현수는 재호와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가까워집니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다 보니, 현수는 점차 재호에게 마음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수의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게 됩니다. 현수와 함께하는 경찰 쪽에서는 현수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현수가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경찰은 나 몰라라 합니다. 그때 현수를 어머니의 장례식에 보내준 사람은 재호입니다.
이를 기점으로, 재호를 향한 현수의 신뢰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인간적인 의지를 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현수 어머니의 죽음은 재호의 계략이었습니다. 현수의 정체를 알게 된 재호가 현수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현수의 어머니를 해쳤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현수는 자기를 믿어주는 재호를 향한 죄책감에 자기 정체를 털어놓게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의리와 애정을 키워나갑니다. 하지만 교묘하게 재호를 도우며 경찰을 배신하기에 이른 현수에게 엄청난 진실이 전해집니다. 재호가 어머니를 죽인 장본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현수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에 떨게 되고, 경찰 쪽 대장에 이어 재호를 없애기에 이릅니다.
불한당원을 탄생시킨 복합적인 매력의 영화
“형, 나 경찰이야.”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명대사입니다. 배우가 아닌 영화에 ‘불한당원’이라는 팬덤이 생겨나는 시발점이 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멜로를 담은 누아르 영화라고 평가를 받기도 했고, 감독 또한 인터뷰를 통해 <불한당>은 멜로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누아르 영화를 기대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던 관객들은 재호와 현수 간의 복잡미묘한 심리 싸움과 두 사람의 설명하기 어려운 관계에 순식간에 몰입하게 됩니다.
평생을 배신의 세계에 몸담고 살아온 재호였기에, 현수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리고 그를 이용할 덫을 놓기까지 합니다. 바로 현수의 어머니를 향한 사고를 내고, 목숨을 앗아가는 것을 그저 수단으로 여기는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그의 견고한 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묵직하고 솔직한 현수의 인간적인 습격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현수는 자신이 재호의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 언더커버로 온 경찰이라는 정체까지 털어놓고 맙니다. 여기서 재호가 본인이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걸 알았을지 궁금해집니다. 한 사람이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진심으로 훅 다가온 적이 없었던 재호로서는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행보는 이전까지의 재호 모습과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진심으로 재호를 믿고 의지하는 현수를 보는 마음이 복잡한 건 재호뿐만이 아닙니다. 관객 또한 이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내내 조마조마해집니다. 마침내 그 폭탄이 터졌을 때, 현수는 재호에게 바로 총을 들이대지 않습니다. 허탈함에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남아있는 정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재호는 현수를 죽이지 못하고, 현수는 재호를 죽입니다.
퀴어 영화든 아니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 영화를 두고 퀴어 영화다, 아니다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퀴어라는 단어만으로 이 영화를 단정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재호와 현수의 관계는 기존의 누아르 영화에서 의리로 점철된 관계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감독이 재호를 연기한 설경구 배우에게 현수를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이 연기하라고 주문했던 것처럼, 재호의 현수를 향한 마음은 애정 그 이상이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것은 평생을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곤 가져보지 못한 재호로서 애정을 넘어서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수도 재호와 다르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재호는 현수에게 더 이상 경계할 적이 아니라고 단정하게 됩니다. 경찰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했던 현수의 이성이 결국 재호를 향한 마음으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이 충분히 공감되고도 남습니다.
그래서 아픈 결말 앞에 관객들은 복잡해지는 마음과 더불어 재호와 현수, 두 사람 간에 켜켜이 쌓인 관계에 대한 깊은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