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 비포 유>의 줄거리
루이자는 6년간 일해온 카페 일자리를 잃고 장애인을 돌보는 간병 일에 지원하게 됩니다. 루이자가 간병할 사람은 윌이었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윌은 오토바이 사고로 하루아침에 전신마비가 되어 누워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새 간병인으로 온 루이자에게 윌은 내내 신경질적이고 비꼬는 태도로 일관합니다. 루이자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지만, 높은 급여에 6개월만 버티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6개월간 두 사람 사이에서는 많은 일이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특히 윌은 루이자가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의 빗장을 엽니다. 그리고 루이자가 이끄는 대로 집 밖 세상으로 나간 윌은 사고 전의 밝은 모습을 되찾아 갑니다. 윌과 루이자는 윌의 전 여자친구인 앨리시아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하고, 루이자는 윌의 무릎에 앉아 전동휠체어를 함께 탄 채 춤도 춥니다.
서로에게 마음이 깊어지던 어느 날, 루이자는 윌이 조력자살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로부터 이미 윌을 사랑하게 된 루이자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되지만,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윌의 결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평생을 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인생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윌이었기에, 루이자가 자신으로 인해 묶이는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끝까지 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루이자였지만, 결국 윌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홀로 남은 루이자는 그가 다시 가고 싶어 했던 파리의 퐁네프 다리 옆 카페에서 윌의 마지막 편지를 읽습니다. 윌은 루이자의 미래를 위해 돈을 남겼습니다. 그녀가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과 함께 말입니다.
뻔한 로맨스인 줄 알았던 오해
어려운 집안 형편에, 가장의 역할까지 해내야 하는 루이자는 여타 다른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밝고 쾌활한 캐릭터입니다. 그런 그녀조차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되는 강적을 만나게 되면서 영화는 로맨스의 출발선에 섭니다. 그리고 우리의 남자 주인공 윌은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는 까칠함과 짜증으로 무장한, 제멋대로 구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눈부시게 성공한 삶을 살던 남자에게 닥친 불행은 그를 그렇게 바꾸고도 남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로맨스 영화가 그러하듯, 우리는 남녀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에는 사랑에 빠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루이자와 윌 또한 견원지간처럼 으르렁거리다가 차츰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게 되고, 결국 사랑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재밌게 보게 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갑자기 조력자살, 즉 존엄사에 관한 이야기를 불쑥 꺼내 듭니다. 윌은 루이자를 만나기 전에 이미 존엄사에 대한 결정을 내린 상태였기에, 그를 사랑하게 된 루이자는 그때부터 눈물겨운 노력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영화의 결말 또한 뻔한 로맨스인 줄 알았던 오해를 처참하게 깨버립니다. 윌은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택하고, 루이자는 그런 그의 선택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자기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
이 영화에서 존엄사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충격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생소하고 먼 나라 이야기일 것만 같았던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깊이 끌어들인 상황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윌의 결정에 대해 맞는다거나 틀린다거나 하는 판단을 내릴 수도, 편을 들거나 비난을 할 수도 없는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문제는 윌을 사랑하는 루이자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결정이 아닐 수 없었을 겁니다. 루이자는 물론이고 관객 또한 윌이 이 결정을 번복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간절한 마음으로 바랬던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윌은 예정대로 존엄사를 선택합니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루이자를 향한 사랑으로 인한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루이자가 자기 때문에 희생하는 삶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삶은 무엇일까,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무엇이 옳다 그르다가 아닌 여러 생각들을, 아주 깊이 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될 겁니다.